크래프톤 정글/회고

[크래프톤 정글 5기] 첫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양선규 2024. 3. 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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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 3월18일 월요일에 아침 7시20분 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왔다.

기숙사 키와 정글 로고가 그려진 후드집업과 반팔을 받고, 기숙사에 짐을 풀고, 필요한 물품을 사고. 점심 먹고 14시부터 입소식이 시작되었다.

입소식이 마무리된 16시경부터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첫 미니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기숙사

 

기숙사 책상

 

명찰, 집업, 반팔

 

 

팀원은 나까지 총 3명.

주제는 "어떤 식으로든 돌아가는 웹 서비스 만들기".

주어진 시간은 3박 4일.

 

하지만 3박 4일이라고 해도 첫날은 16시부터 시작했고 두번째날은 중간중간 행사가 있어 흐름이 끊겼고, 세번째날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날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4일째는 13시30분이 발표였다. 즉.. 말이 3박4일이지 사실상 2박3일이나 다름없었다.

 

개발이라곤 스프링 CRUD게시판 클론코딩 딱 한번 해본것과 입학시험때 조금 공부한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웹 서비스를 만들어 배포까지 완료하는 작업은 매우 부담되는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여기에 온 대부분의 사람에게 부담되는 일이었을 지도 모르지.

 

그래도 입소 전에 정글 영상을 잔뜩 보며 마음가짐을 충분히 해왔던 터라, 바로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의외였던 건 개발 기획 단계가 매우 힘들었다는 점이다. 주제를 정하고, 세부기능을 정하고, 와이어프레임을 그려 발표하는 것. 이 작업이 나에겐 오히려 코딩보다 힘들었던 것 같다. 결국 새벽 1시가 넘어서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고.. 그렇게 첫날은 끝이 났다.

 

팀원들과 아침 8시 30분에 모이자는 약속을 하고 기숙사로 돌아가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불편해서 그런지 잠이 아예 안 왔다. 매트리스가 가운데만 푹 들어가서 균형이 안 맞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침대는 부수적인 이유고 아무래도 심적인 게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뭔가 막막한 느낌도 들고 집에 가고 싶고... 군대 훈련소 첫날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첫날부터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잘 버틸 수 있을지, 잘 온 건 맞는지 그런 생각들. 물론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각오하고 왔지만, 막상 힘든 상황이 닥치니 몸이 힘든 걸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두번째 날부터 많이 나아졌다.

 

마지막 발표일 전날엔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다. 기숙사 통금시간이 2시~5시인데 아직 작업도 많이 남은데다 나는 잠을 아예 안자면 뭘 하든 효율이 나오질 않아서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금시간 동안만 자고 왔다. 근데... 5시 30분에 다시 강의실로 오니 구현이 다 완료되어 있었다. 도저히 3시간 안에 끝낼 양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앞으로의 컨디션을 위해 자고 온건데 ...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이후 배포는 내가 맡았고, 직접 기능을 사용해보며 자잘한 오류들을 고친 후 발표ppt를 준비했다.

 

개발 중

 

"타잔" 홈페이지

 

 

우리는 계획했던 기능을 모두 구현하고, 코치님들께서 말씀하셨던 JWT와  jinja2도 사용했다. 배포까지 완벽하게 끝냈는데... 발표를 제대로 못 해버렸다. 원인은 지각 때문이었다.

 

13시 30분이 발표였는데 그 전까지 코드, 발표자료, git주소를 제출해야 했다. 제출 정도야 1분도 안 걸릴 거 같아서 1시 20분 정도까지 ppt 디테일을 수정했는데 제출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 버렸다.

ppt를 pdf로 변환하고 제출하는 과정에서 자꾸 잘 안되어 시간이 좀 걸려버렸다. 우리는 1팀이고 첫번째 발표자라 최소 10분 전엔 발표장소에 도착해 미리 준비를 끝내 놨어야 했는데, 정확히 1시30분에 도착해 버렸다. 

 

불찰이었다. 첫번째 발표인 걸 고려하지 못했고, 또한 오류를 다 잡았으니 시연은 문제 없겠지 생각했는데 시연에서 또 문제가 나버렸다. DB상태 고려해서 회원가입을 시연해야 했는데 헷갈려서 시간을 잡아먹어 버렸고, 엑셀 데이터를 DB에 저장하는 기능을 시연할 때 이미 완성된 기능이었는데도 급하게 엑셀 데이터를 타이핑해서 저장하느라 실수가 나와 이것도 시연하지 못했다.

 

사실 발표와 시연이 부족했던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큰 문제는 발표에 주어진 시간을 많이 초과해서 사용해 버렸고, 그랬기 때문에 코치님들의 피드백과 질문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냥 발표만 하고 넘어갔다. 

우리 팀의 작업물 완성도는 매우 훌륭했다. 아마 정글5기의 모든 팀 중에 가장 훌륭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열심히, 그리고 잘 만든 작업물을 전혀 평가받지 못 한다는게 매우 아쉬웠다.

 

난 시간 약속 안 지키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그 행동을 내가 해버렸고, 그에 대한 댓가까지 치렀다. 스스로에게 창피하고 후회되는 부분이다. 앞으론 발표가 있으면 발표준비까지 미리 완벽하게 마쳐놓고 발표장소에 최소 10분 전에 도착하도록 하겠다.

 

이후 알고리즘 주차 발제가 이루어졌고, 회식을 했다. 술을 좋아해서 좀 마시고 싶었는데 4일간 못 잔 것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인지 도저히 자리에 더 있을수가 없었다. 대부분 같은 생각이었을까? 후에 들어보니 내가 나올 때쯤 80%정도의 인원이 다 빠졌다고 한다. 그리고 기숙사에 가서 쉴까 했지만.. 4일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부한 건 엄청나게 많은데 막상 정리되거나 내 것으로 만든 건 없었다. 생각과 공부한 것을 한번 정리해 두지 않으면 그건 내 것이 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회식이 끝나고 다시 강의실로 가 TIL을 작성한 후 11시가 넘어 기숙사로 갔다.

그렇게 입소 후 처음으로 푹 잘 수 있었다.

 

기숙사 호실 관리 시스템 "타잔"

http://welcometarzan.site/ 

 

 

 

이렇게 매우 매우 힘들었지만, 앞으로 있을 과정들에 비해선 훨씬 편했을지도 모르는 첫 프로젝트가 끝났다.

고작 3박4일이었다. 집에서 핸드폰이나 봤다면 순식간에 의미없이 지나갔을 짧은 시간인데, 정글에선 이 짧은 시간을 엄청난 성장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4일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이미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고 정글 과정은 약 4개월이 넘게 남았다. 4일간 공부한 것처럼 남은 기간도 열심히 한다면, 정글이 끝났을 때 도대체 내가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정글은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나는 그걸 원해서 왔고, 우리 모두가 원해서 왔다. 큰 도약을 위해서는 잠깐의 시련과 힘듦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아니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글에서의 5개월간은 조금 무리하더라도 절대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여기서는 모두가 열심히 한다. 잠 자는 시간만 빼고 모든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아주 조금만 쉬더라도 나는 아주 빠르게 뒤쳐지게 될 것이다. 또한, 강의실에 앉아만 있는다고 열심히 하는것도 아니다. 그냥 앉아만 있는지, 강의실에 앉아 있다는 걸 위안삼아 편히 쉬고 있는지. 그것도 항상 의식해야 한다.

 

나는 궁금하다. 내가 이곳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앞서 공부할 때 나의 무기는 "꾸준함" 이었다. 남들이 하루이틀 쉬어갈 때나 금방 포기해 버릴 때, 나는 시간 투자와 꾸준함을 무기로 내 주변 환경에서 만큼은 두각을 나타내 왔다. 개인적으로 나는 머리가 엄청 좋거나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멍청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이곳에선 모두가 거의 비슷한 시간을 투자하고 같은 걸 공부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성장속도는 재능의 영향을 아주 크게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입소식 때 의장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성장속도는 다를 수 있다고. 재능이 있으면 성장도 빠르다고. 난 내가 재능이 있을지 궁금하다. 난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 물론 의장님은 재능이 없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고연봉자"까지는 누구나 갈 수 있다는 말씀을 추가로 하시긴 했다. 시간은 좀 더 걸릴지라도.

만약 재능이 없더라도 난 고연봉자가 될 때까지 달릴 것이다. 단지 나 자신에 대해 궁금할 뿐이다.

 

정글은 나에게 있어 마지막 고비다. 고연봉 취업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할 마지막 고비. 정글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나의 인생은 크게 갈릴 것이다. 난 지금 갈림길에 섰다.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차를 타고 싶다는 꿈과, 그 꿈을 위한 1차 목표인 고연봉 취업. 1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글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난 이곳에 왔다. 꿈과 목표를 정했으니 이뤄야 하고, 반드시 이룰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글을 버텨내야 한다. 힘들다는 건 감정에 가깝다. 감정에 휘둘려 목표로 향하는 길을 이탈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공부할 책들. 물론 이것 외에도 아주 잔뜩 있다

 

 

나는 성취감으로 사는 사람이다.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목표를 이루고 성취감을 얻는 것이다. 나는 그 목표를 위해서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이유"를 찾는 사람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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