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에 입소하여, 목요일에 미니프로젝트를 마침과 동시에, 알고리즘 주차 발제를 받고, 알고리즘을 바로 시작하여 벌써 화요일이 되었다.
알고리즘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답없다" 였다.
정글에서 제시하는 문제들은 난이도가 높은 문제가 많아서, 한 문제에 하루 종일을 쏟는 일이 허다하다. 풀다가 모르겠어서 정답을 봐도 이해가 잘 안된다. 정답 코드를 보고 분석하며 이게 왜 이렇게 되는지, 원리를 이해하는 것 만으로도 몇 시간, 반나절이 훌쩍 간다. 정말 어렵고.. 힘들고... 아주 끔찍하다. 지금까지 공부해본 것 중, 컴퓨터와 IT분야 뿐만이 아닌 모든 분야를 통틀어서 가장 어렵고 머리아프고 힘들다.
다만 다행인 것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에 온 모두가 끔찍하게 어려워하고, 힘들어하고 고생한다. 난 예전에 "알고리즘"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백준 문제를 푼 적이 있었다. 실버2 까지 갔었는데, 실버 중~상위권 문제는 정말 너무 어렵고 답을 봐도 잘 모르겠는 경우가 많았어서 내가 개발에 재능이 없는 줄 알고 절망한 적이 있다. 이것 때문에 해킹의 길을 더 굳혔을 정도로.
물론 그땐 백준 문제 푸는 게 개발 그 자체인 줄 알았고, 개발이 뭔지도 몰랐고, 내가 멍청해서 어렵고 못 푸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란 걸 안다. 모두가 어려워하는 데다, 알고리즘은 개발의 일부분이지 개발 자체가 아니다.
알고리즘 주차가 시작되고 제시된 문제들을 일주일 안에 반드시 푸리라 생각하고 반드시 달성하기 위해 정말 노력했지만, 겪어보고 나니 알고리즘을 처음 시작한 내가 이걸 일주일 안에 다 푼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아니 불가능이다. 왜 불가능이냐? 지금까지도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하루 종~~~~일 알고리즘만 붙잡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못 푼 문제가 산더미니까 이다. 애초에 문제들을 다 풀라고 준 것이 아닌, 그냥 다양한 문제를 경험해 보라는 뜻에서 준 게 아닐까 싶다. 또한, 다 풀고 편히 쉴 바엔 애초에 다 못 끝내게 해놓고 정말 학습량을 극한으로 높이려는, 그런 의도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정글러 다수의 생각이다.
강박이 있었다. 반드시 다 풀어야 하고, 다 이해해야 하고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하지만 애초에 다 풀라고 준 문제들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강박과 불안함은 줄어들고 좀 더 본래의 내 스타일대로 공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또한 약간의 즐거움도 있다. 자료구조, DFS, 백트래킹, 이분 탐색, 재귀함수 등등 전혀 또는 거의 몰랐던 알고리즘 및 지식들을 배워간다는 게 이제야 개발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정말 감조차 오지 않았던 재귀함수도 이젠 꽤 익숙해졌다. 공부하는 과정이 끔찍하지만 결국 늘긴 한다.
애초에 단 한 번에 이해하고 써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알고리즘의 원리를 공부하고, 응용해 문제를 풀어보고, 반복하고 반복하다 보면 몸에 익고 실력이 느는 것이지 무슨 암기과목 처럼 한번 외우면 끝이고 이런 게 아닌 것 같다. 여기 있는 전공자, 알고리즘 고수들도 나에게 말해 주었다. 그 때문에 위안과 자신감도 조금 얻었다. 물론 힘든 건 매한가지지만.
어쨌든 하면 늘긴 한다. 결국 이것도 꾸준함이 답일거라 생각한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지금 정글에 와서 아침 9시정도부터 밤 12시~1시까지 밥먹는 시간만 빼고 매일매일 공부하고 있다. 이렇게 공부한 적은 처음인데 내 몸이 버텨줄 지 모르겠다. 얼마나 공부하면 몸이 망가지는지 실험을 당하고 있는 기분이기도 하고.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불확실성이 느껴져 불안하다.
확실히 초반 며칠에 비해서 점점 피로해지고 집중이 안되는게 느껴진다. 특히 오늘은 정말 심했다. 저녁즈음부터 잠이 오고 나른하고 집중도 안되고 산만해지고... 그래서 오늘은 11시에 가서 푹 좀 자려고 한다. 오래 달리기 위해선 페이스 조절이 필수이다. 근데 아직까지 이런 강도로 달려본 적이 없어 페이스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온다.
공부하는 기계가 된 기분이다. 하루종일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기숙사 가서 씻고 바로 잔다. 자고 일어나면 바로 씻고 다시 공부하러 온다. 또 하루종일 공부하고 기숙사 가서 잔다. 무한 반복이다. 물론 배우는 건 엄청 많고,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는 것도 안다. 내가 불안한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몸이 버텨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피로 때문에 영양제를 먹은 적은 없었고 필요를 느꼈던 적도 없는데 정글에서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피로에 도움되는 영양제를 부탁드렸다.
그러나 정글은 좋다. 힘들긴 하지만 엄청나게 배운다. 주변에 똑똑하고 개발에 대한 열정이 강한 사람들이 잔뜩 널려있다. 질문도 할 수 있고 토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과 대화해본 적도 거의 처음이다. 나와 논리구조가 비슷한데 심지어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기존 내 주변 환경에선 그런 사람이 별로 없었으니 말이다. 나의 목표인 "돈 많이 벌고 좋은 차 타기"를 이루기 위해서, 과거에 내가 할 수 있었던 선택지 중 정글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는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변함이 없는 게 아니라 더 확실해졌다. 다만 너무 힘들고 시간도 없어서 미래에 대한 희망찬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열정을 불태울 장작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길은 반드시 나를 목표로 데려다 줄 것인데, 힘들다는 감정이 희망과 열정을 가려버린다.
늘 그래왔듯 꾸준함으로 승부하려 한다. 슬럼프가 와도 꾸준하게. 하기 싫어도, 피곤해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할 일을 하기. 해야 할 이유와 근거는 충분하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그냥 하기. 다만 몸 컨디션은 좀 신경 쓰면서 하기. 정글은 마라톤이며, 길게 가야 한다. 초반에 아무리 빨리 달려도 중간에 포기하면 소용없다. 아주 잠깐 치솟은 도파민 때문에 생긴 수명 짧은 열정으로 잠깐 불타다 꺼져버릴 바엔, 컨디션 조절에 신경쓰며 잔잔하게 오래 가도록 하겠다. 내가 이 차를 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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