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정글 5기에 최종합격했다. 12월 초 지원서를 내고 입학과정을 처음 시작할 때 자기소개서, 1분 자기소개영상, 입학시험, 면접이라는 4중 나생문에 잔뜩 쫄아 있었지만 결국 또 어찌저찌 해냈다.
그래서 오늘은 정글 입학과정에 대한 후기를 작성해 보고자 한다.
크래프톤 정글 홈페이지 : https://jungle.krafton.com/main
정글의 커리큘럼은 개발자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컴퓨터공학(전산학)기초에 중점을 두었다.
도구(프레임워크 등)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닌, 어떤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본인의 역량을 뽐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글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발전하고, 응용하고. 기계마냥 같은 코드를 뽑아내는 게 아닌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있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선 정글의 커리큘럼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정글을 헤쳐 나온다면 지금 당장 취업은 아주 조금 늦어질 지언정,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능력있고 차별화된 개발자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심지어 하루에 16시간씩 공부하면서 5개월간 합숙한다고? 이건 정말 성장을 안 할래야 안 할수가 없다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설레지 않나?
만약 정글 지원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빡셀 것 같다고 괜히 다른 부트캠프 찾지 말고 그냥 정글에 도전하는 걸 추천한다. 힘들면, 힘든 만큼 돌아오는 게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몸이 힘든 것도 리스크라고 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1. 자기소개서(지원서) 작성
자기소개서는 6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 지원동기
2. 성취 경험
3. 팀워크 경험
4. 나를 반드시 뽑아야 하는 이유(크래프톤이 나와 적합한 이유)
5. SW개발 관련 교육 경험
6. 직장경험이 있을 경우 시간대에 따른 재직시기, 직장, 직무내용 적는 칸( 난 없어서 학교, 군대, 케쉴주 등을 시간대에 따라 적었다 )
질문이 많아 부담스러워 보일 지 모르지만 글자 수 제한이 적어서 오히려 칸이 모자라다. 지원동기만 500자이고 나머지는 300자 이내에 작성해야 한다. 어떻게든 한 글자라도 줄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오히려 문맥이 이상해질 지경이었다.
자기소개서 작성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원서엔 "1분 자기소개 영상"을 포함해야 한다. 이게 첫번째 진입장벽인데.. 주제는 "몰입과 성취에 대한 경험"이었다. 나는 정보보안기사를 공부하고 취득했던 내용을 담기로 했다.
태어나서 처음 찍어보는 지원영상이라 그냥 내 마음대로 찍어 보았다. 대사를 먼저 써둔 후 핸드폰을 거치시켜놓고 영상을 찍었다. 생각보다 딕션도 거슬리고 눈빛이나 표정 등이 마음에 안 들길래 10번정도 찍었던 것 같다.
또한 내 발음이 혹시나 잘 들리지 않을까 싶어 자막까지 달았다.
내 지원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tprkYEIFgfo
이렇게 유튜브 등에 영상을 업로드한 후 지원서에 영상 링크를 제출해야 한다. 굳이 전체공개를 할 필요는 없지만 난 그냥 전체공개 하고 싶어서 했다.
2. 입학시험 준비
정글은 입학시험이 존재한다. 입학시험 날짜 2주 전에 입학시험 학습자료를 링크로 배부한다. 2주동안 개인적으로 자료를 학습한 후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입학시험 자료는 노션 링크로 제공되며, 내용은 비공개라 자세하게 말할 순 없지만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들어 배포하는 내용이다. 프론트, 백 구현 후 배포까지 웹사이트를 간단하게나마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크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비전공자 입장에선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험 선행학습으로 HTML, CSS, JS, Python 등을 학습해두면 좋을 것 같다.
학습자료 자체가 읽기 쉽게 되어있고 꽤 고퀄리티이기 때문에 정글 합격 여부를 떠나서 이 자료만 잘 학습해도 웹 개발에 쉽게 발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SW 사관학교 정글에서는 시험응시료 5만원을 받는다는데, 난 크래프톤이라 안냈지만 만약 5만원을 내더라도 아까울 것 같지 않은 퀄리티이다.
3. 입학시험
2주간의 공부를 마치면 입학시험이 진행된다.
입학시험은 오전 10시부터 17시까지 7시간동안 진행되었다.
시험내용은 비공개라 말할 수 없으나, 입학시험 자료를 확실하게 학습했다면 충분히 붙을 수 있다고 말해두겠다. 반드시 확실하게 학습해야 한다. 직접 코드를 쳐보고, 이해하고, 구현해야 한다. 따라 치기만 해서는 안된다. 대충 했다가 막상 시험에서 갑작스러운 오류라도 만나면 그대로 몇시간을 다 날려먹을 수도 있다.
사실 나도 입학시험 자료를 공부할 때.. 프론트엔드 쪽을 안일하게 대충 때웠다가 시험날에 개고생을 했다. 시험문제를 보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지만... 멘탈을 부여잡고 커피를 마시며 미친듯이 집중해 시험을 치른 결과 오후 4시에 겨우 완성하여 제출했다. 근데 또 !! 여유롭게 밥이나 먹을까~ 하다가 다시 확인해보니까 또 오류가 있어서 마감 20분전에 급하게 수정했다. 반드시 확인, 확인, 확인, 또 확인하길 바란다. 완성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몇번이고 검토해라. "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뭔가" 때문에 불합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근데 또!!! 제출하고 2일 뒤에 한번더 확인을 해보니 또 작은 오류가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은 반드시 잘 확인하길 바란다.. 지금 찾으면 오류가 또 있을수도 있다..
근데 이렇게 보면 마치 엄청 망한 것 처럼 썼는데.. 아니다. 잘 봤다. 제출 후 확인했던 작은 오류를 제외하면, 시험에서 요구하던 것들은 전부 해결했다.
4. 면접(인터뷰)
입학시험에 합격하면 이렇게 면접 알림이 온다.
면접은 2일간 진행되며 일정A와 B를 선택할 수 있다. A와B는 시간대가 모두 같지만 나눠놓은 이유는 아무래도 면접관님이 다른 것 같다. A와 B의 면접 자리가 개별적으로 소모된 걸로 보아 더욱 그렇다.
면접일정은 아침 9시부터 저녁 19시까지 존재하며,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난 면접은 처음 아니면 마지막이 좋다고 생각했고, 아침보단 저녁에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마지막 시간인 19시로 정했다.
면접 준비는.. 뭐 여타 다른 면접 준비하듯이 비슷하게 했다. 특별할 것 없이.
다만 입학시험에 대하여 물어보실 것 같아서 그건 따로 준비했다. 면접 전 코드를 복습하고, 질문이 나올 것 같은 부분을 찾고, 특별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는지, 내 코드의 문제점과 개선점은 무엇인지.. 등등.
그리고 대망의 면접.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라는 프로그램으로 화상면접이 진행되었다. 면접자들은 면접시간 10분 전에 미리 접속대기를 해두고 면접관님이 들여보내 주는 시스템이다. 나는 19시 면접이라 18시 50분부터 대기를 했는데 약 1분후에 바로 입장이 되었다.
면접관님은 두분이셨고 면접자는 나를 포함해 세명이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겁거나 압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체로 공통 질문이 많았고 면접자 모두에게 고루 기회를 주셨다. 아, 참고로 1분 자기소개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준비해라)
생각보다 기술적인 질문의 비중은 적었고.. 대체로 "이 면접자가 정글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를 알아내기 위한 질문들이라고 느꼈다. 크래프톤 정글에 대한 지원동기, 정글에 떨어지면 무엇을 할지, 각자의 성취 경험, 협업하고 싶은 팀원은 어떤 사람인지 등이 공통질문 이었고, 나에겐 왜 정보보안에서 개발자로 전향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 처음엔 "케쉴주 교육 끝나고 정글에 지원하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그 다음엔 "그동안 정보보안을 목표로 여러가지 준비했을 텐데 개발자로 전향한 이유"를 물어보셨다. 난 케쉴주 수료 이후 행보에 대해 쭉 말씀드렸고 또한 모의해킹 취직을 했다가 포기했다는 말씀도 드렸다. 개발자로 전향한 이유는 정보보안의 수동적인 업무가 아니라 개발자로서 스스로 능동적으로 일하고 가치를 창출해 내고 싶어서 라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이 한번 더 들어왔다.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게 전향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갑작스럽긴 하다. 취직까지 해놓고 갑자기 그만두고 하루만에 개발자로 전향했으니. 생각보다 딥하게 물어보시길래 나도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고, 스스로의 능력을 길러 직접 뭔가를 만들고 가치를 창출해내고 싶다. 정보보안은 업무가 수동적이기에 개발에 비해 내 꿈을 이루기 어렵다. 그리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다. 공부량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정보보안과 개발자의 급여는 차이가 많이 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전향했다. 라는 식으로 말씀드렸고, 면접관님은 신입으로 취업하면 개발과 보안의 급여가 크게 차이나지 않을텐데 그건 알고 있나? 라고 물으셨고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장기적인 이득을 바라보는 사람이고 미래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지금 잠깐의 시련은 전혀 상관없다. 지금까지 정보보안을 공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진정으로 가고 싶은 길로 전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손해이다. 마음을 먹었다면 최대한 빠르게 전향하여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라고 답했다. 면접관님은 수긍하셨고 꼬리질문은 여기서 끝이 났다.
이런 꼬리질문이 계속 이어진다면 대부분은 부담감을 느끼겠지만, 난 오히려 계속 물어봐 주셔서 좋았다. 딥하게 물어봐 주셨기 때문에 나의 포부와 욕심과 열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시험 코드에 대한 질문도 하셨는데.. 물어보신 것 중 한가지를 내가 몰랐다. 그래도 "이걸 알았으면 칭찬해주려 했는데" 이런 식으로 말씀해 주셔서 내가 모르는게 큰일은 아니구나,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답 못한게 자꾸 궁금하고 머릿속에 계속 생각나서 미칠 것 같았다. 결국 면접의 끝에 다다르고.. 각자 면접 때 못했던 말이나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짧게 해보세요 라고 하셨다. 나에게 기회가 먼저 왔고, 아까 물어보신 그게 뭔지 혹시 알려주실 수 있나요? 라고 여쭤봤다. 근데 문제는 면접 시작할때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라고 못박아 두셨다는 점이다. 하지만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 마지막 하고싶은 말을 하라고 하시길래 그냥 용기내서 질문했지만 "처음에 질문 안 받는다고 했는데.. 구글에 검색하면 자세하게 나옵니다" 라고 하셨다..ㅜㅜ 그리고 넘어갔다.
근데 면접 종료하기 전에 면접관님이 이렇게 넘어가면 내가 아쉬워해 할 것 같다고, 내가 질문 드렸던 것을 답해주셨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나는 마치 이 세계의 비밀을 듣듯 매우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꽉 막혔던 게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고, 이건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인 것 같긴 한데 뭔가 나를 기특하게 봐주시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뉴비를 뿌듯하게 보는 고인물의 느낌..?
그렇게 면접은 끝났다. 보통 20~30분간 진행된다고 하던데 나는 19시 마지막 타임이라 그런지 무려 50분 가까이 면접을 봤다. 긴장상태가 풀리니 힘이 쫙 빠졌다. 면접을 본 느낌은.. 그냥 "잘 봤다" 였다. 대답 못한 질문 없었고, 거짓 없었고, 나에 대한 포부와 열정 전부 말했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딱히 깔게 없는 면접이었다고 생각했고, 입학시험도 꽤 잘 치른 나는 합격을 확신했다. "이걸 떨어지면 뒷세계의 누군가가 나를 견제하는 것이다".
5. 합격
원래는 면접 후 2일 뒤인 2월2일이 결과발표였으나 4일 미뤄져 오늘 2월6일에 발표되었다.
아침 10시에 이메일, 문자메시지와 함께 정글 홈페이지에 알림이 떴다.
합격을 예상했지만 면접이란 게 또 혹시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했다. 합격 메일을 받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면접을 본 후 구글에 있던 거의 모든 정글 후기글과 유튜브에 있던 거의 모든 정글 관련 영상을 시청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던 나였기에, 만약 떨어졌다면 멘탈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안 된다.
다만 의외였던 건 크래프톤 정글 5기 준비방 오픈채팅이 있는데, 거기서 꽤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느꼈던 사람들이 몇몇 불합격 했다는 것이다. 면접은 잘 모르겠지만 시험도 잘 보셨고 열정도 가득한 분들이셨는데 떨어졌다고 하니 내가 덩달아 아쉬웠다. 정글 준비하면서 알게모르게 조금씩 정이 들었나 보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뭔가 서운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지 어쩌겠는가. 복잡한 입학과정을 통과해 선별된 의욕 넘치는 정예들과 함께 앞으로 5개월간 공부할 생각을 하니 너무나도 설레서 돌아버릴 지경이다.
정글 입소 전까지는 정글에서 끔찍하게 많이 다룰 C언어와 자료구조, 그리고 Git을 공부해 놓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은 cs, 알고리즘 스터디 한다고 하던데 나도 하고싶긴 하지만 나에겐 다른 우선순위가 있으니 패스한다. 빨리 입소하고 싶다. 빨리 입소해서 아무 생각없이 코딩만 하고싶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을 잔뜩 만나 그들의 지식을 흡수하고 싶다. 그렇게 빠르게 성장해서 돈 많이주는 대기업 가고싶다. 취준은 질린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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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을 포기하고 개발로 전향한 지 어언 7개월. 처음엔 조금 흔들렸으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빠르게 전향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은 갈 수 있는 회사가 많다는게 정말 좋다. 보안은 안랩 공채 말고는 신입이 갈 곳이 없었는데 개발은 진짜 많아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 심지어 돈도 훨씬 많이준다. 안랩은 3700이었고 안랩보다 돈을 더 주거나 더 큰 회사는 아예 없었는데, 개발은 신입 기준 4000 이상인 곳이 지금 내가 찾아본 회사만 해도 70군데가 넘는다. ( 물론 작은 중소기업들은 3000 언더다 )
그냥... 이 정도면 본인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개발 대신 보안을 선택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물론!! 개발 신입이 4000 이상 받으려면 잘해야 한다. 근데 난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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